범주 고기부위 ; 윤화영
안창살, 항정살, 보섭살, 차돌박이, 홍두깨살, 도가니, 아롱사태…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거 같아서 여기까지만 적자. 하지만 기본 부위인 안심, 등심, 사태, 꼬리…
전에 누군가가 “한국 사람은 지혜가 있어, 이렇게 버리는 부위 없이 다 먹지!”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속으로 ‘참 모르니깐 저렇게 쉽게 말하네…’ 생각이 들었다. 한국 식사는 육식 중심이 아닌 채식 중심의 식단이고 그래서 웰빙식단 아닌가 !
프랑스 요리를 유명하게 만든 주범이 바로 이런 특수부위다. 한국은 이런 부위를 먹는다 할 지라도 ‘구이’ 뿐이다. 찜, 조림, 탕 등의 클래식 레서피들의 범주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육식을 주로 하는 식단은, 이런 특수 부위 하나 하나에 새로운, 각각의 조리법을 부여했다. 많은 여행 가이드 책에서는 boeuf는 소고, porc는 돼지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는 것은 에쿠스인지 포니인 지도 모르고 단지 현대자동차라고 해서 주문하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소고기라고 해서 시켰더니 소 혓바닥이고, 양을 주문하니 양 콩팥이 나오지 않나, 안전하고 닭으로 가자 했더니 접시 위에 닭벼슬만 그득하지 않나… 뭔가 아는 알파벳이 등장해서 스테이크라서 골랐건만 시뻘건 생고기 덩어리 (육회, steak tartare)고…이러다 보니 한국 돌아갈 때는 프랑스에 증오심을 갖고 간다. 한국에서는 안 먹는 이상한 부위만 식당에서 팔고 있으니… 하긴 한국말로도 ‘가브리살’이 뭔지 모르겠는데…
위키페디아 등을 뒤지면 각 동물별로 해근한 그림과 각 부위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사실 이 그림만으로 이해가 가능하다면, 내일 당장 마장동에 가게를 차리길 바란다.
예전부터 이 글을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 사진 폴더 안의 음식사진을 보면서 어떤 부위예요를 물어보는데 불어로는 대답을 해도 한글로는 정확히 해 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알면서도 항상 같은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côte de boeuf에 대한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나는 그냥 «소갈비»라고 썼고, 몇몇 사람들은 “한국의 갈비는 뼈가 끝에 있고, 고기가 쭉 붙어 있는데, 프랑스의 갈비는 모양이 참 다르네요… 소의 모양이 다른가부죠?” 라고까지 물어보는데,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서 나중에 설명하겠습니다 한게 어언 몇 년이 지난 지금 잠시 짬이 생겨서 이 글을 쓴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되면 많은 분들이 혼란을 갖을 수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모든 사람들이 «양갈비»라고 말하던 그 부위는 정확히 말하면 «양의 립아이» 내지는 « 양의 꽃등심 » 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싶었던 다른 이유는, 프랑스 내에 거주하는 한국분들이 이제는 ‘정육점’가서 제대로 원하는 부위를 살 수 있게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

[윗등심/목심]
부채살/서대살/낙엽살 – macreuse à bifteck (paleron)
윗등심살 – bassecôte
목심 – collier
꾸리살 – jumeau à bifteck
제비추리 – filet mignon
-> 프랑스에서 이 부위는 상품화되어서 팔리지 않는다. 정육점에서 filet mignon de boeuf를 달라고 하면 안심의 끝부분을 줄 것이다.
살치살 – entrecôte의 바깥부분, 등쪽지방 아래
본갈비 – plat de côte couvert
[아랫등심]
꽃등심살 (립아이) – entrecôte
참갈비 – plat de côte découvert
[앞양지]
양지머리(차돌박이) – gros bout de poitrine
업진살(삽겹양지) – milieu de poitrine, tendron
안창살 – hampe
치마살 – bavette à bifteck
[짧은 로인/채끝]
채끝등심 – faux-filet, contre-filet
안심 – filet
[설도]
보섭살 – tende de tranche + rond de tranche + gîte à la noix
삼각살 – aiguillette baronne
[우둔]
우둔 – rumsteak
홍두깨살 – merlan
설깃살 – rond de gîte
아롱사태(뭉치사태) – jarret 속의 한 부분
[기타부위]
볼살 – joue
꼬리 – queue
우설 – langue
제 1위 (양/혹위) – panse
제 2위 (벌집위/절창) – réseau
제 3위 (천엽) – feuillet
제 4위 (홍창) – caillette
곱창 – tripes 중의 하나
토시살 – onglet
* 왜 “갈비“ côte de boeuf는 안 적었냐하면, 바로 이 부위에서 뼈를 제거하면 entrecôte(꽃등심)이다. 한국의 갈비는 plat de côte에 위치하고, 국/찜갈비와 구이용 갈비는 같은 부위이다. 사태처럼 질긴 부위이기 때문에 3시간은 끓여줘야 부드러워 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구워먹기 위해서는 안 끊어지게 조심하면서 고기를 얇게 저며 길게 늘어뜨여야지만 부드러운 고기구이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송아지>

안심 – filet
갈비 – côte
볼기살 – quasi, noix
삽겹살 – tendron
정강이 – jarret
콩팥 – rognon
간 – foie
흉선 – ris
머리 – tête
* 소가 자라면 송아지가 되는데 왜 등심이 없을까. 사실 송아지 갈비로 팔리는 부위는 송아지 꽃등심과 등심이다. 마치 entrecôte와 côte de boeuf의 관계와 동일하다.단지 뼈의 두께가 얇기 때문에, 이처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식당에서 송아지 갈비라고 팔리는 부위(이건 어쩌면 우리나라 불한사전이 côte를 ‘갈비’라고 번역한데서 오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뼈가 달린 꽃등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등심은 longe라고 하기는 하지만 식당에서 팔지 않는 부위이다. 소처럼 상품화될 수 있는 크기가 안 되기 때문인 듯.
<돼지>


안심 – filet
잡부(목심) – (cote) échine
-> 항정살은 이 안에 위치한다. 가브리살은 소의 살치살과 비슷하게 돼지의 꽃등심의 바깥쪽 부분에서 발견된다.
삽겹살 – poitrine
갈매기살 – hampe
갈비 – travers
안심 – filet mignon
뒷다리 – jambon
* 소, 송아지와 동일하게 한국사람이 말하는 갈비와 프랑스 사람이 말하는 갈비의 위치는 다르다. 돼지와 소와 달라서 목심부터 소의 채끝에 해당하는 안심의 윗부분까지를 전부 côte로 본다. 단지 목심을 côte échine, côte première, côte filet로 나눈다.
<양>

어깨 – épaule
양갈비 – côte, côtelette
랩찹 – selle
뒷다리 – gigot
종아리살 – souris
* 위에서 언급한 바로 양갈비를 여기서 다시 설명하면, 우리가 양갈비라고 알고 있는 부분은 양의 꽃등심 부위이다. 그리고 양의 안심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 양의 등심부분이 되고, 실제 양의 안심은 너무 크기가 작기 때문에 판매가 불가능하거나 다른 요리에 쓴다. 이렇게 등뼈를 제거하여 나온 살을 noisette라고 일반적으로 부르고, 꽃등심에서 뼈를 제거하여 살만 발라낸 것을 canon이라 부른다.
어렸을 적, 1980년대 초반이니 내가 갓 국민학교 입학했을 때, 아버지와 종종 가던 곳이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 건너편에 있던 « 새마을 시장 » (지금은 ‘신천’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안에 있는 « 잠실왕갈비 »였다. 아마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졌을 것이다. 그 집의 주종목은 갈매기살과 잡부구이다. 이제야 갈매기살이 유명해 졌지만, 당시로서는 시내 몇 곳 없었고, 궁금해서 아버지께 여쭤보니 돼지 횡경막이라 하셨다. 돼지고기는 삽겹살만 알던 내가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이 집의 진정한 스폐셜티는 잡부구이였다. 그 이후로도 서울 시내에서 이 것을 하는 집을 못 보았다. 돼지목심을 횡으로3센치 두께로 절단하여, ‘맛소금’과 통후추를 왕창 뿌려서 연탄불에 궈 먹는 그 맛은…캬 ! (당시엔 이렇게 MSG 등의 화학조미료를 손님 앞에서 직접 뿌려주었다. ㅋㅋ) 요새는 이 부위가 가브리살과 항정살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더라.
프랑스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의 먹성은 익히 유명하다.그러다보니 정말로 안 먹는 부위가 없다.
한국에 갈 때마다 많은 프랑스 식당에 가지만, 소 안심, 양 갈비 이외에 다른 고기는 눈 씻고 봐도 없어서 조금 아쉬었다. 하긴 레드와인만 팔린다고 하고, 송아지는 다 외국산 냉동이어서 그렇겠지만, 닭이나 오리, 메추리, 꿩, 사슴, 멧돼지 등 충분히 흥미롭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이 있음에도 말이다.

이제 곧 부산에서 개업하시는 ‘메르시엘’의 윤화영 쉐프의 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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